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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③ – 교육, 종교, 시민사회에서 자유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by thinkhigh1 2025. 6. 4.

자유는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다. 또한 태도이며, 선택이고, 실천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의 마지막 장에서 자유를 하나의 철학적 원칙으로만 남기지 않았다. 그는 자유를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꺼내며, 그 답을 교육, 종교,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사회적 제도 속에서 찾아갔다.

이것은 단지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자율성을 획득하고, 사회라는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스스로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간학적, 존재론적 탐구다.

교육 – 자유로운 정신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밀에게 교육은 자유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인간이 타인의 지시 없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며 결정할 수 있으려면, 그 정신이 충분히 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단순한 문해 능력이나 지식 암기가 아닌, 비판적 사고, 합리적 의심, 자기 인식이 가능한 교육이야말로 자유로운 시민의 조건이었다.

그는 공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동시에 국가가 교육의 유일한 제공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단일한 교육 체계는 획일화된 인간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사상과 존재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은 경쟁적 다원주의에 가까운 교육 시스템을 제안했다. 다양한 기관이 경쟁하면서 각기 다른 교육적 철학과 방식을 제공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선택하는 구조야말로 개인의 개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오늘날 공교육의 위기와 대안교육의 등장, 홈스쿨링과 온라인 학습 플랫폼의 확산 등은 밀의 제안이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무엇을 가르치는가’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가’에 있다.

밀은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 교육은 도덕적 강요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도덕은 개인의 내면에서 숙고와 공감에 의해 형성되어야 하며, 외부로부터 주입된 규범은 복종을 낳을 뿐 자율성을 기르지 못한다고 그는 보았다.

 

종교 – 신념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종교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장 깊게 맞닿아 있다. 밀은 종교적 신념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사회 전체의 통일된 도덕 기준으로 작동할 때 나타나는 억압의 양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종교가 정치 권력과 결합할 때, 그것은 필연적으로 다원성과 개인성의 적이 된다고 보았다. 특정 종교가 공교육, 법률, 정치제도, 사회 관습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사실상 ‘도덕의 독재’ 상태로 접어든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믿음을 가진 자에게 침묵과 주변화를 강요하는 구조다.

밀은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수의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신념은 불가능하다.”

그는 종교의 다원성이야말로 신앙의 진정성과 자유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보았다. 하나의 종교가 진리를 독점한다면, 비신자 혹은 소수파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시민의 자격을 획득하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영성의 표현이 사라지는 사막이 된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종교적 소수자, 무신론자, 세속주의자의 권리 문제, 그리고 종교와 정치가 충돌하는 사건들을 통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밀은 종교를 폐기하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진정한 신앙은 강요되지 않는 공간에서 피어난다고 말한다.

 

시민사회 – 자유가 숨 쉬는 공간

시민사회는 밀 철학의 결정적 무대다. 국가와 개인 사이에 위치한 이 중간지대는, 자유로운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꾸리고, 공동체에 참여하며, 상호 협력과 비판을 통해 사회적 진보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밀은 시민사회가 자유를 보장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1. 자발적 결사체의 자유 – 노동조합, 시민단체, 문화클럽,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자율 조직이 사회적 연대와 실천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2. 의사 표현의 안전지대 – 의견 충돌은 무조건적인 합의보다 중요하다. 공론장은 경쟁과 설득을 통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토론장이어야 한다.
  3. 다양한 실험의 장 – 시민사회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농업, 공동육아, 대안경제, 에너지 자립 등의 프로젝트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공공성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밀은 자유를 단지 국가의 불간섭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시민이 스스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곧 자유라고 여겼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는 자유의 ‘현장’이자, ‘거울’이다. 🗣️

 

실천 가능한 자유 – 오늘의 과제

 

오늘날 자유는 다시금 위기에 처해 있다. SNS는 표현의 장이자 비난의 무대이고, 종교는 여전히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며, 시민사회는 피로와 분열로 약화되고 있다. 교육은 사고보다 성적을 강요하고, 정보의 과잉은 진실의 빈곤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밀의 『자유론』은 묻는다.
“우리는 정말로 자유로운가?”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제도적 권리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밀은 자유를 성숙한 존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보았다. 자유는 책임 없이는 유지될 수 없으며, 자율적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수용이 뒤따르지 않는 한, 자유는 도리어 방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는 자유를 말하는 사람보다, 자유를 감당할 준비가 된 사람을 신뢰했다.📘

 

시리즈를 마치며

『자유론』은 자유를 둘러싼 정치적·도덕적·사회적 물음을 집약한 고전이다.

  • 1부에서는 자유의 철학적 기초를,
  • 2부에서는 그 경계와 적용 원칙을,
  • 3부에서는 자유가 실현되는 실제 공간을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자유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다. 자유는 실천이어야 하며, 그 실천은 사회적 구조, 개인의 태도, 문화적 담론, 교육적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밀의 자유론은 마치 열린 문과 같다. 누구나 통과할 수 있으나, 그 너머에서 무엇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자유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며, 책임지는 용기이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자유는 지금, 여기,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삶에서도 여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