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복복서가에서 출간된 김영하의 신간 『단 한 번의 삶』은 작가가 약 6년 만에 발표한 산문집이다. 이 책은 ‘영하의 날씨’라는 유료 뉴스레터로 연재된 글들을 중심으로 재편집되었으며, 작가의 사적 경험과 내밀한 사유를 엮어냈다. 독자들은 이 산문을 통해 단순한 위로나 조언이 아닌, 삶 그 자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만날 수 있다. 🍂
『단 한 번의 삶』의 대부분의 원형은 2024년 작가가 ‘영하의 날씨’라는 플랫폼을 통해 주간으로 연재했던 글들이다. 일기와 고백, 회상과 단상을 섞어낸 이 글들은 매회 발행될 때마다 독자에게 작은 파동을 일으켰고, 그 중 엄선된 열네 편의 글이 이번 산문집에 담겼다.
책의 구성과 주요 테마
인생의 일회성과 그 무게
책은 한 가지 명제에서 출발한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 이 단순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작가는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으며,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도 진실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
이러한 시선은 위로나 낙관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 실패, 불안을 직면하며 그 의미를 되짚는다. 삶은 ‘수정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한 번만 가능한 실시간 서사이며, 그래서 더욱 귀중하다.
개인의 기억과 가족의 서사
책의 첫 시작은 어머니의 빈소다. 그 자리에서 작가는 기억의 틈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관계와 상처를 되짚는다. 자전적인 이야기이지만,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상실과 불완전한 이해는 글을 통해 조용히 공유된다. 🕊️
기억은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그것은 단순히 회상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엉켜 형성된 개인적인 진실이다. 작가는 기억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우리는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랑하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이별한다."
일상 속 고백과 철학적 사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어조는 고백에 가깝지만, 동시에 철학적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삶의 구조와 방향성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며, 그 안에서 인간이 가지는 한계와 가능성을 짚어낸다.
에세이 「모른다」에서 그는 확신 없이 살아가는 것의 용기를 말하고, 「도덕적 운」에서는 도덕성조차 운에 좌우되는 현실을 고찰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철학적 결론에 이르는 여정은, 독서 경험을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사유의 시간으로 이끈다. 📘
문장 속에 담긴 메시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김영하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다. 불필요한 수식 없이도 깊다. "삶이란 언제나 결핍 속에서 흘러가며, 그 속에서 의미는 자란다." 이런 문장들은 그 자체로 인생의 문장이 된다.
그는 말한다. "완전함은 없다. 그러니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문장들은 삶의 결핍을 위로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그 결핍이 삶 그 자체임을 말할 뿐이다.
고통을 품는 글쓰기
작가의 글쓰기 방식은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그것이 만들어낸 문장을 통해 타인과 연결된다. 고통은 공감의 가장 오래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캔들이 된 고통의 의미」에서는 타인의 고통이 타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묻는다.
『단 한 번의 삶』이 독자에게 주는 의미
위로의 언어, 치유의 문장
이 책은 직접적으로 위로하지 않는다. 다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 하나가 마음에 스며든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살아도 된다." 이처럼 짧고 담백한 문장들은 누구나 가진 생의 균열을 조용히 덮는다. 🍃
이 책은 삶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용기’를 권유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곧 불안과 질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삶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
독자와의 조용한 대화
『단 한 번의 삶』은 독자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가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문장 속에서 물러서고, 독자는 그 빈자리를 자신의 해석과 감정으로 채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읽는 이마다 다른 책이 된다. 누군가에겐 가족에 대한 회한의 책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고통의 의미를 되묻는 철학서일 수 있다. 📖
마무리: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단 한 번의 삶』은 인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게를 함께 들고 걸어가는 법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김영하의 산문은 독자에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삶의 자리”라고.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 남는 문장들이 있다. 그것들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단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물음 앞에서, 이 책은 가장 사려 깊은 친구가 되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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